금값 상승과 달러 약세, 미국 재정불안이 보내는 신호

금값은 오르고 달러는 약해졌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

최근 금융시장을 보면서 눈에 띄는 조합이 하나 있습니다.

금값은 상승하고 달러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보통 금 가격 상승만 놓고 보면 지정학적 불안이나 금리 인하 기대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최근 움직임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한 뒤 재무부가 바이백 확대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달러가 흔들렸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40조 달러를 넘어선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금을 다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금값 상승과 달러 약세를 단순한 단기 가격 움직임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값 상승과 달러 약세가 동시에 나타났다

8월 19일 미국 재무부가 장기국채 바이백 확대 계획을 발표한 뒤 금융시장은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내려갔고 달러인덱스도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같은 날 금 가격은 3%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후에도 금의 상승 흐름은 이어졌습니다.

8월 21일 Reuters에 따르면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4,591달러 부근까지 올라왔으며 장중에는 약 4,601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한 주 기준 상승률은 약 4.2%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달러는 주간 기준 약 1% 하락하며 3개월 저점 부근으로 내려왔습니다.

금과 달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난 것입니다.

달러가 약해지면 금이 오르는 이유

국제 금 가격은 달러로 표시됩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유로나 엔, 위안 같은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집니다.

그 결과 금 수요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항상 달러와 금이 정확하게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큰 흐름에서는 달러 약세가 금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장기금리 변화까지 더해졌습니다.

장기금리 하락도 금에는 긍정적이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국채가 연 5%의 이자를 준다면 투자자는 금을 보유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이자수익이 커집니다.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채금리가 내려가면 금을 보유하는 상대적인 부담이 줄어듭니다.

특히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금에는 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재무부의 바이백 발표 직후 30년물 국채금리가 약 10bp 떨어진 것도 금 가격 급등의 배경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결국 당시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와 장기금리 하락이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금에는 상당히 좋은 조합입니다.

이번에는 미국 재정 문제도 함께 보고 있다

이번 금값 움직임에서 제가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미국 재정입니다.

미국 국가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고 재정적자도 GDP의 6%를 웃도는 상황에서 장기국채 금리까지 크게 올라갔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자 시장 일부에서는 미국이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국채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타났습니다.

Reuters는 이번 조치 이후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 희석, 이른바 ‘debasement’ 우려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의 바이백은 연준의 양적완화와 같은 정책이 아닙니다.

재무부가 무제한으로 돈을 만들어 국채를 사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 하나만으로 달러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다만 시장이 미국의 재정과 장기금리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있습니다.

금은 왜 재정불안에 강할까

금에는 중앙은행이나 특정 정부의 부채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채는 결국 정부가 미래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은행예금도 금융기관의 지급능력과 연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물 금은 누군가의 채무가 아닙니다.

그래서 국가부채, 금융시스템, 통화가치에 대한 불안이 커질 때 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금 역시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입니다.

안전자산이라는 말이 가격이 항상 안정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짧은 기간에는 10~20% 이상 조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장기적인 통화가치 불안이 커질 때 투자자들이 금을 포트폴리오에 넣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중요한 흐름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금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수요도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을 늘려왔습니다.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하면 지나치지만, 외환보유액을 여러 자산으로 분산하려는 흐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가 간 지정학적 갈등이 커질수록 금이 특정 국가의 금융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준비자산이라는 특징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금 가격에는 금리와 달러뿐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의 자산배분 변화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고 달러 패권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달러가 며칠 하락했다고 해서 달러 패권이 흔들린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국제무역과 외환거래, 글로벌 채권시장, 국가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는 여전히 압도적으로 중요한 통화입니다.

미국 국채 역시 세계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안전자산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달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라기보다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도 가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재정이 계속 악화되고 장기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는 그 위험에 대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금이나 다른 자산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값이 계속 오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금의 추가 상승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달러입니다.

달러인덱스가 계속 하락한다면 금에는 긍정적인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 실질금리입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내려갈수록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의 재정 상황입니다.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커지거나 장기국채 시장의 불안이 반복되면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국제정세입니다.

최근 중동 긴장과 높은 유가 역시 금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입니다.

반대로 금값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

금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사실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 차익실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며 금리를 올리고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다면 금에는 부담입니다.

실질금리가 크게 올라가는 환경 역시 금 가격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상승만 보고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금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매입 가격이 중요합니다.

지금 금과 달러가 보내는 신호

제가 최근 금값 상승을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단순히 금이 사상 최고가를 향해 가기 때문이 아닙니다.

금, 달러, 미국 장기국채가 동시에 움직이는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장기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재무부가 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하고,

달러가 약해지며,

금에는 자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면 시장 참가자들이 미국의 재정과 통화가치 문제를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 위기로 확대됐다고 판단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시장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앞으로는 금 가격 하나만 보기보다 금값 상승과 달러 약세, 미국 장기금리, 국가부채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는 것이 시장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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